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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트렌드 코리아 2020 - 10점
김난도 외 지음/미래의창
2020, 더 멀리 내다보는 쥐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
2020년은 비전(vision)의 연도다. 새로운 천 년을 맞고 나서 두 번의 10년이 지나는 해이기도 하고, 2와 0이 2번 반복되는 운율도 멋지다. 하지만 2020년이 목전에 와 있는 지금, 안타깝게도 기대와 달리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 분쟁은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나라는 여기에 한일 갈등까지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사정 역시 녹록지 않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동력 약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무인화 서비스의 확대를 비롯한 유통 혁명 등 여러 혼란과 변화가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위기는 아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합쳐 분투한다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비전 2020’의 빛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소의 힘을 빌려 더 멀리 내다보는 쥐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2020, 위기를 돌파할 작은 히어로들이 온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다. 쥐는 12간지 중 첫 번째 동물로, 꾀가 많고 영리하며 생존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라따뚜이〉 등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큼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 곁에 존재해온 동물이기도 하다. 오래된 만화영화〈마이티 마우스〉의 주요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주인공 마이티 마우스가 늑대를 혼내주고 양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마이티 마우스’처럼 용감하게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2020년의 키워드 두운을 MIGHTY MICE로 맞췄다. 한 사람이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작은 히어로가 되어 힘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원제목의 ‘mouse’ 대신 그 복수형인 ‘mice’를 사용했다.

2020, 새로운 종족의 출현과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세상
현대인은 취향과 정체성으로 흩어지고 모이며 자기만의 부족을 형성한다. 2020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으로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업글인간’과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그리고 ‘팬슈머’를 꼽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이들의 모토는 “나는 업글한다. 고로 존재한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오팔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인구수뿐만 아니라 자산 규모와 소비 측면에서도 이들은 업계의 판도를 충분히 뒤흔들 만한 영향력 있는 소비군이다. 2030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신의 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 보이지 않는 소비의 큰손으로, <보헤미언 랩소디>,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든 보석의 색을 담고 있다는 ‘오팔’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는 세대의 등장에 주목하라.


2016년 7월 7일 목요일

더 클래식 셋 -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더 클래식 셋 - 10점       
문학수 지음/돌베개

어떤 음악,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까? 
클래식의 벗을 위한 친절하고 다감한 안내서 ‘더 클래식’ 마지막 책!

이제 원고지 약 3,000매의 마지막 방점을 찍으면서 다시 애초의 마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더 클래식’은 한국인들이 애호하는 101곡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음악, 아울러 클래식의 역사에서 ‘위대한 걸작’으로 손꼽히는 음악을 중심으로 101곡을 추려내고, 그 음악에 대해 순음악적 해설보다는 통합적이고 인문학적인 해설을 지향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들을 만한 음반을 3종씩 추천했습니다. 저는 101곡의 음악을 선곡하면서도 그랬듯이, 음반을 추천하면서도 가능하면 보편적 명연주들을 간추리려고 했습니다. 이른바 마니아 취향의 음반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음반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프렐류드> 중에서 

인문적 깊이와 엄선된 정보가 가득한 클래식 길잡이, ‘더 클래식’ 완간
-서양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클래식 걸작 101곡 수록
-역사적 명연부터 실력파 연주자의 최근 녹음까지, 추천 음반 300여 장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는 독자들에게 인문적인 깊이와 실용적인 정보를 동시에 전해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시리즈가 완간됐다. ‘더 클래식’은 서양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인 걸작’ 101곡을 소개하고 각 곡의 추천 음반을 3종씩 선별해 수록한 클래식 안내서다. 2014년 5월에 출간된 첫 번째 묶음 『더 클래식 하나』가 바흐부터 베토벤까지 고전주의 시대의 34곡을 주로 다뤘다면, 2015년 3월에 출간된 두 번째 책인 『더 클래식 둘』에서는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 34곡을, 이번에 출간된 마지막 책 『더 클래식 셋』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33곡을 다룬다. 저자가 집필을 시작한 때가 2012년 9월이니, 완간까지 3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총 3,000매가 넘는 원고에는 35명의 음악가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음악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101곡을 선정했다. 각 곡 뒤에 붙인 추천 음반은 다 합해 300여 장에 달하는데 이는 비평가, 음반 업계 관계자, 여러 나라의 음반 전문지의 추천을 받아 엄선해서 고른 자부하는 리스트다. 또한 음악가들의 초상화 및 관련 사진, 명화 등을 다수 삽입해 음악이 담고 있는 내용과 분위기를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음악 용어 설명도 하단에 넣었다. 

‘더 클래식’은 무엇보다 저자 문학수의 클래식에 대한 내공과 애정으로 꾸려진 책이다. 현장에서 연주자들을 만나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칼럼과 기사를 써온 저자는 이 책에 그간 모아둔 자료 꾸러미를 풀어냈다. 여기에 기자 특유의 정확성, 꼼꼼함 그리고 음악가의 삶, 곡에 얽힌 사연과 시대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이 더해져 독자들이 음악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한 편의 곡을 듣는다는 것은 한 사람과 만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클래식 음악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 저자의 이러한 마음이 독자들에게 가닿았던 것일까? 첫 번째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의 응원과 격려로 이렇게 세 권의 시리즈로 마무리 짓게 됐다. 그리고 『더 클래식 셋』의 출간과 ‘더 클래식’ 완간 기념으로 한정판 고급 케이스를 제작해 세 권의 책과 추천 음반 목록을 담은 부록을 함께 담았다. 클래식에 다가가고 싶었던 독자, 클래식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번 기회에 유용하고 친절한 길잡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말러, 드뷔시,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라벨, 쇼스타코비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을 수놓은 다채로운 33곡과 추천 음반 100여 장

이번에 출간된 『더 클래식 셋』은 1888년에 작곡된 말러의 ‘거인’을 시작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33곡을 소개한다. 비교적 지금과 가까운 시기에 작곡된 곡들이라 작곡가와 곡명은 모르더라도 귀에 익숙한 음악이 많을 것이다. 가령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에 빈번히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나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 썼던 음악인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는 음악 자체가 우리와 친숙해진 경우다. 문학수는 이전 책들에서도 그랬듯이 각 곡이 우리네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서두를 떼며, 음악적 구조를 설명하기보다는 작곡 당시 음악가들의 삶과 곡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 독자 스스로 상상하며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체코의 야나체크, 영국의 엘가, 스페인의 파야, 러시아의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음악가들의 음악이 소개된다는 것이다. 특히 각 국가별로 겪었던 정세와 변화 과정을 담아낸 음악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역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작지만 강한 국가로 알려진 핀란드가 1809년부터 러시아의 지배 아래 놓였을 당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의도로 작곡된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활동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에 대한 글들이 그러하다. 

“음악과 더불어 아름다운 인생”
당신이 클래식과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은 첫 권을 내던 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 같다. 음악을 실제로 들으라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한 곡이라도 반복해서 애지중지하며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좀 더 가까워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완간하며 내놓는 이번 책에서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바로 어느 곡이든 “마음 가는 대로” 들으라는 것이다. ‘더 클래식’은 세 권으로 나눠 작곡 순서대로 배치했지만 교과서 보며 공부하듯 차례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책 이곳저곳을 뒤적이다 눈과 마음에 들어온 곡을 먼저 들으면 된다. 그러다보면 ‘더 클래식’을 발판 삼아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클래식 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덧으로 저자 문학수의 행보에 대해 덧붙이고 싶다. 그는 음악가들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출간 후에 강연장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며, 여전히 클래식에 대한 편견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데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좀 더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구체적으로 곡과 음반을 소개하는 ‘더 클래식’ 집필을 시작했고, 독자들의 반응에 귀 기울이며 여기까지 왔다. 시리즈도 완간했으니 이제 그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마주침을 경험하게 될까? 늘 현장에서 연주자들과 독자들을 만나며 다음 길을 모색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2016년 1월 14일 목요일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그림 하나, 시 하나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 10점
신현림 지음/서해문집


어떤 시는 우주만큼 크다

어떤 그림은 연인만큼 다정하다
스물과 마흔 사이, 내 영혼을 출렁이게 한 그림과 시를 찾아서


놀라울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시인들의 말에는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일 말이 넘쳐난다. 그림은 또 어떤가.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 매혹적인 시와 사진으로 대중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신현림. 그녀가 자신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시와 그림들을 찾아 나섰다. 
스물과 마흔 사이, 세계는 언제나 불안하고 모호했다. 그 시절, 상처 입은 현실을 온전히 바라보게 해준 것은 시 한 편 그림 한 점이었다. 서양화과 지망생에서 디자인과 전공생, 다시 국문학과 입학생으로 이어진 스무 살 무렵의 골치 아픈 이력은 그녀를 세계 명화와 예술서 탐독으로 이끌었다. 그림을 보며 받은 영감은 그녀 안에서 낱낱이 시가 되어 나왔다. 
이 책은 젊은 날, 작가의 삶 속으로 뛰어 들어와 생생하게 공명한 그림과 시를 소개하며 신현림만의 깊고 따뜻한 해설을 더했다. 오래전 교과서 속에서 만난 동서양 고전 시부터 한국 시문학사의 큰 줄기를 만든 감각적인 현대시, 문단의 주목을 끈 걸출한 신예 시인들의 창작시까지 팍팍한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줄 시의 참맛이 그림을 매개로 펼쳐진다. 
더 이상 시집을 찾지 않는 시대다. 그러나 책과 문학은 많은 상황에서 동의어로 쓸 수 없다.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시가 우리 삶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시는 애초부터 우리 삶 가까이에서 우리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우리는 하나의 삶을 맞닥뜨린다. 이 책은 그림과 시가 길어올린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지면 곳곳을 메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과 마음에 품고 싶은 그림이 그득하다. 


그림과 시가 만나 눈과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긴밀한 조우!
당신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싶다면, 시를 읽고 그림을 보라 


시 구절을 읽거나 노랫말을 들으며 가슴이 벅차올라 심호흡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쁨, 슬픔, 분노, 고독, 희망, 사랑, 애증, 애처로움, 쓸쓸함까지. 그 많은 감정들은 모두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 편의 시를 읽고 한 점의 그림을 볼 때 시각과 촉각, 청각과 미각 같은 오감은 모두 열려 시선이 닿는 곳에 열렬히 감응한다. 그림에는 희로애락오욕의 감정이 다 녹아 있고, 시는 그 숱한 감정들을 솎으며 격려의 언어로 사람들을 흔들어 깨운다. 우리가 그림을 보고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명화에 대한, 문학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나와 세계를 섬세하게 감각하는 일.
영민하게도 이 책은 이미지와 시가 한자리에 만났을 때 일으킬 시너지를 제대로 담았다. 그림과 시가 만나 눈과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긴밀한 조우! 고흐와 고갱, 이중섭과 오윤, 이인상과 팔대산인, 뭉크와 보스, 모네와 밀레, 파울 클레와 칸딘스키 등 작가의 청춘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그림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과 만나 어우러진다. 그림과 함께 실린 시들은 젊은 날의 서사를 끌어내기도 하고 현실적인 성찰을 제시하기도 하는 가운데,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면서 보다 정제되고 열린 공감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청춘을 건너온 ‘생활력’의 절반을 시와 그림에 빚졌다고 고백하는 작가에게 시 한 편, 그림 한 점은 앞으로도 잘 살아내라는 모종의 지령이다. 청춘을 흘려보낸 지금, 세계는 여전히 모호하고 흔들린다. 그럼에도 작가는 부단히 시를 읽고 그림을 보려 한다. 이 의지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긍정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당신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싶다면, 시를 읽고 그림을 보라.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는 증거가 거기에 있을 테니 말이다. 


‘시집 무덤 시대’, 여전히 더운 숨을 토해내는 시인들의 열렬+감응 프로젝트 



▶삶의 여백과 진실을 깨우치는 한국 대표 시인들의 연륜을 만나는 기쁨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판화가 오윤의 그림에 그의 오랜 친구였던 정희성이 1986년 오윤을 떠나보내며 쓴 시 [판화가 오윤을 생각하며]는 민중들의 끈끈한 삶을 판화의 예리한 칼맛으로 보여준 오윤의 예술혼을 눈앞에 펼쳐보인다. 낮고 소외된 자들에게 한결같이 귀 기울인 신경림 시인은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 곁에 [다시 느티나무가]라는 시를 놓음으로써 ‘세한도’ 같은, 춥고 곤궁한 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완전한 삶이 아닌 온전한 삶, 시련 끝에 더 단단해지는 시간의 힘을 가만 일러준다. 고갱의 마지막 유작이 우리 앞에 풀어놓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화두에 [한 호흡]이라는 시를 통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답한 문태준 시인은, 시를 통해 삶의 마디마디를 돌아보며 묵묵히 생을 관조하는 힘을 일깨운다. 쇠라의 그림 [서커스] 곁에 놓인 김사인 시인의 시 [화양연화]는 시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섬광처럼 흘러 우리도 앞선 사람들처럼 눈멀고 귀 먹는 때 오니 지금을 잘 살펴 더 사랑하고 행복하라고 다독인다. 
이처럼 머리로는 알지만 차마 껴안지 못한 삶의 여백과 진실, 우리가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시 한 편, 그림 하나는 깨우쳐 준다. 

책은 주제에 따라 다섯 챕터로 나뉜다. 1부 ‘삶에 관하여_누구나 자기 몫의 인생이 있다’에서는 인생의 의미를 묻는 그림과 시를, 2부 ‘절망에 관하여_울자, 때로는 너와 나를 위해’는 우리가 쉬이 지나쳤던 타인의 고통, 현실의 모순을 다시 꼼꼼히 더듬는 그림과 시를, 3부 ‘사랑에 관하여_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고’는 진정한 사랑의 면면을 담은 그림과 시를, 4부 ‘고독에 관하여_고독이라는 아름다운 재료’에서는 고독을 다루는, 아프지만 성숙한 시선을 담은 그림과 시를, 5부 ‘위로에 관하여_위로는 쉽지 않다’에서는 헐벗은 날들, 그 안의 우리를 위무하는 그림과 시를 들려준다.


▶그림을 마중물 삼은 중견 시인과 신예 시인들의 컬래버레이션

무엇보다 이 책은 백석,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등 한국 현대시문학사의 거목은 물론 황지우, 신경림, 이성복, 장석주, 황인숙, 이문재, 김사인, 백무산 등 중견 시인, 그리고 김민정, 유희경, 김명인, 박소란, 곽효환, 김성규, 김경후, 임경섭 등 한국 시문단의 든든한 신예들까지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다. 
특히 도종환 시인을 비롯해 젊은 시인들은 그림 하나를 정해 그 그림이 주는 영감과 정서를 오롯이 시로 옮겼다. 따라서 이번 책에 특별히 처음 공개되는 신작도 여러 편이다. 도종환 시인은 모네의 그림 [수련 연못]을 본 후 [경멸, 오! 고마운 경멸]이란 신작시를 썼다.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혹평에 시달린 모네의 삶을 시 속에 녹인 도 시인은 “경멸을 유파의 이름으로 삼으리라/ (중략)/ 화폭 밖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리라/ 본 것을 다 그리지 않으리라/ 경멸, 오 고마운 경멸로 새로운 유파의 이름을 삼으리라”라는 단단한 시어를 통해 그동안 보여준 서정시와 사뭇 다른 세계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젊은 시인들은 특히 그림을 매개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시는 현실에 발을 굳게 디뎠다. 박소란 시인은 [심야식당]에서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라고 말하며 무심함이 넘치는 시대의 ‘인정’을 묻고, 최지인 시인은 [아직도 우리는]에서 혐오와 모멸이 비틀대는 끔찍한 현실 세계를 노래했으며, 임경섭의 시 [와시코브스카의 일흔여섯 번째 생일]에는 늙어간다는 것은 계속 새로운 문턱을 넘는 일임을 깨닫는 앨리스가 등장한다. 
이처럼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를 통해 중견 시인과 젊은 시인들은 그림을 마중물 삼아 끈끈한 소통을 해왔다. “아직도 시집이 나와요?”라고 묻는 ‘시집 무덤 시대’라지만 그래도 시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바로 이 책에 모여 끊임없이 더운 숨을 토해내는 시인들처럼!

2016년 1월 11일 월요일

매3비 - 매일 지문 3개씩 푸는 비문학(독서) 수능 기출 (2016년)

2017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대비 매3비(매일 지문 3개 푸는 비문학(독서) 수능기출)는 2015년에 실시된 2016 수능과 6월.9월 모의평가를 모두 반영하여 만들었다. 2016 수능 국어 영역 꼼꼼히 분석한 결과, 2017 수능 국어 영역 대비서로도 수능 기출 문제와 고3 6월과 9월 모의평가가 바이블이었다.
중요한 것은 좋은 문제라고 해서 들입다 문제만 푼다고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 국어 영역의 경우는 특히 ‘제대로’ 공부법이 중요한데, ‘제대로’ 공부법의 핵심은 『매3비』가 알려 주고, 『매3비』에서 강조하는 공부법을 좇아 공부하면 비문학 독서 부문은 물론 다른 영역의 공부 습관까지 바꾸어 줄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수까지도 줄여 주는 공부법이 결합된 『매3비』. 『매3비』는 단순히 기출 문제를 묶어 놓은 문제집이 아니다. 다 같은 기출이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훈련할 수 있도록 매일 지문 3개씩을 풀게끔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과 접목해 구성하였고, 복습 및 채점법, 시간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특수 편집하였다. 기출 문제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그 학습 효과는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한편, 『매3비』는 일반론적인 정답 해설지가 아니다. 저자가 그동안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았던 문제와 답지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실제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문제와 답지 위주로, 왜 그 오답지에 답했고 무엇을 모르고, 어느 부분을 놓쳐 틀렸는지를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듯이 해설을 썼다.
아울러, 오답 노트 덕분에 수능 시험에서 국어 100점을 맞았다는 학생의 실제 오답 노트와 오답 단골 사례들이 ‘클리닉 해설’ 곳곳에 담겨 있다. 시험장에 갖고 갈 ‘나만의 오답 노트’, 수능 국어 비문학 독서 부문은 『매3비』 한 권이면 충분할 것이다. 특히, 독해력을 길러 주는 ‘지문 분석법’과 독해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는 ‘어휘력‘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한편, 비문학(독서)은 다른 영역에 비해 수업보다는 자습,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또 필수적인데, 『매3비』는 자습용이나 학원에서 과제로 활용하기에 꼭 맞게 구성되어 있다. 『매3비』 별책 부록 ‘매3漢(매3한)’도 『매3비』와 함께 제대로 공부법을 지키며 공부하자. 수능 빈출 한자 성어를 기출 지문 문맥 속에서 빈출 순으로 익히게 정리한 ‘매3漢(매3한)’은 국어 영역에 출제되는 한자 성어는 물론 어휘 문제 해결력과 비문학 지문 독해에 도움이 되는 어휘력을 키워 줄 것이다.

● 매일 25분씩 6주 완성 프로그램
● 독해력을 길러 주는 지문 분석 훈련법 적용
● 기출 문제 최적의 학습법과 복습 프로그램의 만남
● 가장 질문이 많았던 오답지에 대한 명쾌한 클리닉 해설
● 접근이 달라야 하는 문제 풀이법과 효과적인 공부법 제시
●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시간 훈련·관리 프로그램 적용
● 어휘력 향상을 위한 특허 출원 국어 어휘 공부법 결합
(특허 출원 번호 : 10-2014-007772 / 10-2014-0077776)

2016년 1월 8일 금요일

자기 앞의 생 - 국내 최초의 원작 계약

자기 앞의 생 - 10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문학동네
국내 최초의 원작 계약

“출판사에서도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광고를 통해 작자를 찾기까지 한 75 공쿠르 상 수상자 에밀 아자르! 그는 누구인가? 정말 그가 썼는가? 왜 상을 거부했나?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진 아자르의 충격!”
1976년에 출간된 문학사상사판 『자기 앞의 생』에는 작가 소개 대신 이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사상사 이외에도 수많은 판본의 『자기 앞의 생』이 출간되었지만, 어느 판본도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소설의 많은 부분이 누락된 채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된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메르퀴르 드 프랑스 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새롭게 번역된, 그야말로 정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로맹 가리 사후에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된, 로맹 가리의 유서라 할 수 있는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모든 좋은 책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울면서 동시에 웃게 만든다. -- 누벨 옵세바퇴르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조경란(소설가)

『자기 앞의 생』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자기 앞의 생』은 ‘삶에 대한 무한하고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아픈 소설이다. 누가 삶을 두고 등허리에 무거운 짐을 얹고 산을 향해 조심조심 오르는 것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모모의 등에 지워진 삶의 무게는 산을 오르기는커녕 어린 그에겐 가만히 서 있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가슴 아픈 것은 어린 모모의 인생을 짓누르는 그 삶의 무게가 아니다. 차라리 힘들다고 주저앉아 운다면, 발버둥치며 제발 이런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면 그의 삶을 읽는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작품을 읽는 내내 우리는 힘이 든다. 힘이 들어 몇 번씩 책장을 덮어야 하고, 같은 이유로 또다시 책을 집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 모모는 그 무거움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인생의 슬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시니컬한 냉소로 그 무게를 떨쳐내려 한다. 그의 그런 냉소가 무수한 눈물들이 쌓인 알갱이들이란 사실을 잘 알기에 가슴이 아릴 수밖에……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작가는 자기의 실제 나이보다 많은 나이를 살고 있는 열네 살 모모의 눈을 통해 이해하지 못할 세상을 바라본다. 모모의 눈에 비친 세상은 결코 꿈같이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세상은 더욱 각박하고 모진 곳이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들,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여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의 성징을 모두 갖고 있는 성 전환자,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살인자……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소외시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버림받은 사람들,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랑에 가득 차서 살아간다. 그를 맡아 키워주는 창녀 출신의 유태인 로자 아줌마를 비롯해 이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소년을 일깨우는 스승들이다. 소년은 이들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동시에,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어디에서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깎아내리지 않을 사람, 내 편인 사람을 두 사람만 가지고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신경숙 소설의 한 구절이다.
죽은 로자 아줌마를 아줌마만의 지하방, 낡은 소파에 고이 앉혀두고 점점 푸르게 굳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지 않을까 몇 번씩 화장을 고쳐주며 그 옆을 지키는 모모에게 아줌마는 바로 이러한 "내 편"인 단 한 사람이었다. 친아버지에게도 아이를 내주지 않은 아줌마에게 역시 모모는 아줌마의 "내 편"인 단 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인종과 나이, 성별을 초월한 관계의 사랑은 서로를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것이었다.

가진 것 없고 무시받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들추고 소년이 발견하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이다. 그것은 어리둥절한 소년의 목소리를 빌려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함축적인 진실이기도 하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는, 그의 복화술사 모모는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

"미토르니히 조르겐.” 유태어를 모를까봐 말해주겠는데, 그건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또 사랑하고 있으니까.

고독한 광대 로맹 가리의 삶과 죽음--『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

‘휴머니즘의 작가’로 알려진 로맹 가리는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유태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조국 러시아를 등지고 아들과 함께 폴란드를 거쳐 프랑스로 십여 년에 걸친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민자로 프랑스 땅에 정착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그런 억척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자란 로맹 가리는 글쓰기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었다. 2차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단체‘자유 프랑스’로 활동하며 로렌 비행 중대에서 대위로 활동한 공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한다. 전쟁 후 그는 세계 각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1956년에는 소설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일곱 살 연상의 『보그』지 편집자 레슬리 블랜치, 『네 멋대로 해라』의 히로인 진 세버그 등과의 화려한 결혼생활 외에도 그는 성공한 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연예인 같은 생활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늘 새롭고 싶었던 고독한 작가의 모습이 있었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 이외에도 포스코 시니발디, 샤탕 보가트라는 가명으로 여러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의 삶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이름을 바꿔서라도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욕망에 그 근원을 두고 있던 것이다.
결국 아자르의 이름으로 발표한 두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한 작가에게 결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되고,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번갈아가며 소설을 발표한 작가는 결국 ‘아자르를 표절하려 든다’는 아이러니컬한 모함마저 받게 된다. 전처 진 세버그가 약물 투여로 자살하고 난 일 년 후인 1980년 12월, 로맹 가리 역시 권총자살로 고독했던 생을 마감한다. 그의 나이 66세였다. 그의 자살 후 출간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에서 로맹 가리는 아자르가 자신임을 밝히고 소위 ‘파리풍’이라는 문단권력과 작품조차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 비평을 쓰는 평론가들을 조소하며 자신이 왜 가명을 쓰면서까지 끊임없이 창작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하여 고백한다.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 로맹 가리

1975년 공쿠르 상 수상자가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라고 발표되자 수상작가는 공쿠르 상 아카데미에 수상 거절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아카데미 의장인 에르베 바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아카데미는 한 후보가 아닌 한 권의 책에 투표한 것이다. 탄생과 죽음처럼 공쿠르 상은 수락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아자르이다.” 그렇게 해서 베일에 싸인 작가 에밀 아자르는 수상자로 남게 되고, 후에 아자르가 실은 로맹 가리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로맹 가리는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남게 된다.

슬픈 결말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은’어린 날들은 곧 지나가버린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난 얼마 후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고 모모처럼 커다란 상처와 그것을 숨길 수 있는 힘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앞의 생』을 덮고 나자 문득 진심을 다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졌다. 내가 이렇게 그를 부르고 싶은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또 문득 누군가 아주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이 생을 산다는 건 땅에 소금을 뿌리거나 얼음 조각을 옮기는 일처럼 그렇게 무용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들을 뜨겁게 나눌 수 있게 될지도 모를텐데. 그리고 우리는 말할 것이다.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랑에 관해서.--조경란(소설가)

딴짓하기 좋은 날

딴짓하기 좋은 날 - 10점
스기우라 사야카 지음, 문희언 옮김/하루(haru)

일본 2, 30대 여성들로부터 큰 공감을 받고 있는 스기우라 사야카가 제안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한 날로 바꿔주는 ‘딴짓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날, 당신도 있죠?
오늘 하루쯤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일본 2, 30대 싱글 여성들의 감정과 일상을 따뜻한 컬러의 일러스트로 담담히 그려내어 사랑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스가우라 사야카의 에세이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다양한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듯 따뜻하고 귀여운 그림과 그림 솜씨만큼 뛰어난 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입니다.

스기우라 사야카는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좀 더 재밌게 바꿔보지 않겠냐고 독자를 유혹합니다. 직장에서는 과도한 업무와 상사에게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고, 집에서는 결혼하라는 말에 시달리는 2, 30대 여성에게 하루쯤은 바로 집으로 가지 말고,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가게에 들르거나 미뤄 뒀던 쇼핑도 하고 친구도 만나라고 권합니다. 그녀가 제안하는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은 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딴짓하기 좋은 날』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하루쯤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딴짓’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평소 좋아했던 곳을 찾아가 ‘딴짓’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바꿔주는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몇 가지 힌트, 딴짓

‘오늘도 사는 게 재미가 없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역시 매일 매일 똑같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똑같은 장소에 가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생활의 반복이라고 불평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오늘은『딴짓하기 좋은 날』을 추천합니다.이
이 책의 저자인 스기우라 사야카가 직접 일상 속에서 찾아낸 여러 가지 재미있는 ‘딴짓’을 알려드립니다. 코스프레 놀이, 유원지에서 밤을 즐기는 방법, 저렴한 쇼핑 방법, 등산 후 마시는 맥주의 맛, 번화가 산책 등 지금이라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딴짓’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만들어주는 나만의 ‘취향’
좋아하는 거만 생각하고 즐기기에도 인생은 짧아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나, 그리고 그런 나의 일상. 하지만 나는 가벼운 코스프레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음식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고, 동네 옷가게에서 싼 옷을 사는 걸 좋아하고, 유원지나 산에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런 나의 작은 취향이 모여서 비로소 ‘나다움’을 만듭니다.
살다보면 싫은 사람도 생기고 하기 싫은 일도 많지만, 불평불만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지 않나요? 직장이나 학교, 혹은 그 어디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오해나 불만 등을 해소하기 위해 나만의 취향이 듬뿍 담긴 ‘딴짓’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맛있는 케이크를 잔뜩 먹거나, 작고 귀여운 액세서리를 사서 착용하거나, 평소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사지 못했던 물건을 두 눈 꽉 감고 산다거나,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괴로운 일을 잊어버려요.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러스트와 글로 표현된
‘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스기우라 사야카의 일러스트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다채로운 색감을 보여줍니다. 따뜻함이 흘러넘치는 일러스트만큼 글에서도 그녀의 사랑스러움이 담뿍 묻어납니다.
작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스런 그림과 글로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냥 지나쳤던 골목길의 화분, 어느새 잼을 다 먹고 텅 빈 유리병, 등산 후 마시는 한 잔의 맥주 등 일상에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고 즐겼던 것들이 그녀를 통해서 새롭게 ‘나만의 즐거움’으로 기록됩니다.
친구와의 수다, 맛있는 식사, 하루치기 여행 등 일상에서 즐기는 ‘딴짓’의 세계를 함께 즐겨보시지 않으실래요?

2016년 1월 7일 목요일

세상의 모든 선물 - ‘달의 정원’ 감성 촉촉 아티스트 컬러링북


세상의 모든 선물 - 10점
송지혜 지음/앵글북스

“전세계 독자가 사랑한 글로벌 아티스트가
펼쳐내는 놀라운 감성 판타지!”

선물을 깨우는 고양이 뵈뵈의 마법 방울,
별빛 강이 흐르는 달의 정원,
집으로 가는 비밀의 문이 숨어 있는 신비의 책……

세계를 매혹한 보석 같은 작품들과 함께
환상의 ‘컬러링 여행’을 떠나보세요!

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선물 같은 컬러링북!


세계 최초로 동화적 스토리와 예술적인 작품을 접목시켜 작년 연말 혜성처럼 등장해 전세계에 ‘한류 컬러링북 열풍’을 일으켰던 신예 아티스트 송지혜. 그런 그가 독자들에게 연말 선물을 보내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귀한 작품들을 담아 신작《세상의 모든 선물》을 선보인다. 전작을 통해 받은 독자들의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시작된 이번 신작 프로젝트는 스토리와 컬러링을 통해 독자들에게는 행복과 따뜻함을, 소외된 이들에게는 작가의 수익 전액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행에 옮기고자 기획되었다. 따라서 독자들은 《세상의 모든 선물》을 통해 나를 위한 선물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이웃을 위한 선물이 되는, 단순히 힐링과 휴식을 얻는 것 이상의 아주 특별하고 값진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세계 시장을 매혹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품들!
송지혜 작가의 12월 신작 소식을 들은 중국 출판사는 직접 계약을 따내기 위해 국내 출판사를 찾아오고, 홍콩 유명 백화점은 신작이 완성되기도 전에 신작 작품을 주제로 한 연말 전시와 VIP 프로모션을 동시에 준비하는 등 국내 출간 전부터 작가가 일부 공개한 샘플 도안들이 해외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5개국 이상 계약되었다. 이렇듯 이번 신작《세상의 모든 선물》에는 작가의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이 넘치는 도안 25개를 엄선하여 수록해, 기존의 컬러링북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구성과 입체적 공간감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도도한 고양이 뵈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떠나는 환상의 ‘컬러링’ 여행!
딸랑딸랑, 뵈뵈의 방울소리에 부산스레 깨어난 장난감들. 그들은 별이 지기 전에 달의 정원에 있는 ‘별빛 도장’을 받아야 ‘진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떠들어댄다. 일개 장난감이 아니라 누군가의 행복한 선물이 되고파 달의 정원을 향해 떠나는 장난감들 무리에 소녀는 얼떨결에 휩쓸려버리고,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환상의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길을 밝혀주는 별빛등, 선물 상자를 나르는 종이학 배달부, 별빛 강이 흐르는 달의 정원, 집으로 가는 행복의 문까지, 길고양이인줄 알았던 마법 고양이 뵈뵈가 부리는 ‘방울 마법’과 함께 신비하고 놀라운 장면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 달의 정원으로 가는 안내서

*달의 정원: 달의 정원은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음의 고향’을 상징하는 곳이죠. 평범한 장난감과 인형들이 그곳으로 가려하는 이유는 그곳이 사람들의 마음과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마음을 담아야만 ‘진정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별빛 도장: 달의 정원에는 마음을 담는 공장이 있어요. 별빛 도장은 평범한 물건이 그곳에서 ‘마음’과 ‘진심’을 담아 하나의 ‘선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표에요~. 모든 선물 상자들은 별빛 도장을 받는 걸 가장 큰 꿈으로 생각해요!

*별빛등: 달의 정원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해요. ‘마음을 담는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관심! 별빛등은 당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에 사랑을 담기 위한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안내원’이에요.

*마법 고양이 뵈뵈의 방울: 뵈뵈는 평범한 길고양이일까요? 사실 뵈뵈는 마법 고양이였답니다. 그가 하고 있는 금빛 방울을 보면 알 수 있죠. 뵈뵈의 방울은 환상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차원의 문을 열어준답니다.

차별화된 섬세한 컬러링 팁과 소장하고 싶은 컬러링 작품!
지금까지 이렇게 섬세하고 친절한 컬러링북은 없었다. 작가가 직접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채색법을 통해 컬러링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한층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작가가 채색한 컬러링 샘플은 마치 한 장의 작품처럼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그 수준이 높다. 또한 작가는 책의 말미에 예쁜 카드를 수록해 소중하고 감사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 하나, 작가가 공개하는 디테일한 컬러링 팁!
* 둘, 전체 채색 팁!
* 셋, 블링블링한 러블리 카드

2016년 1월 3일 일요일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10점
김남희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지갑은 가볍고, 몸과 마음은 무거워질 때 나는 그곳으로 간다”
12년 동안 80개국을 홀로 다닌 여행가 김남희가 선택한 겨울 쉼터
발리, 치앙마이, 라오스, 스리랑카에서 보낸 200일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끼면서 일상의 익숙함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보다 덜 쓰고, 덜 바쁘면서 더 충전된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12년 동안 전 세계 80개국을 다녀본 여행가 김남희가 추천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 그녀는 추운 겨울만 되면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탓에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남쪽 나라로 가는 생활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많이 멀지 않고, 한국의 겨울과는 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 물가가 싸서 몇 달을 머물러도 생활비가 부담스럽지 않고, 여자 혼자 머물러도 안전하며, 동시에 문화적인 인프라는 풍부해서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렇게 찾아낸 나라가 바로 발리, 치앙마이, 라오스, 스리랑카이다.
책은 그녀가 겨울마다 찾아가서 이곳에서 머무른 ‘체류기’로 네 나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푸른 생명의 의지가 넘실대는 초록의 나라 발리, 야생동물과 옛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스리랑카, 덜 벌어도 삶에 더 충실한 예술가들의 터전 치앙마이, 스님들의 탁발로 새벽을 여는 고요한 나라 라오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색다른 문화와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이 나라들을 통해 일상에 시들어진 나에게 재충전 시간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여행이 주는 긴장감은 덜고 일상이 주는 지루함은 벗어나
여행과 일상 사이에 머무를 수 없을까


“남쪽 나라에서 보낸 나의 겨울은 따뜻했다.
매일 산책을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제법 글을 쓰기도 했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적다 보니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 -본문 중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 누구나 둘 사이의 간격이 크지 않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을 실행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삼십 대에 사표를 쓰고 세계 일주를 시작한 이후, 사나흘에 한 번씩 잠자리를 바꿔야 하는 유목민의 삶을 12년간 해온 김남희. 그녀는 가끔이라도 짐을 가볍게 해서 한곳에 오래 머물며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40도의 열기에서는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영하권에서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비실거렸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강제하는 소비의 규모에서도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만나야 할 사람이 많고, 사야만 하는 물건이 있고, 누리고 싶은 문화생활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추위를 피해, 갖은 소음으로 흐트러진 내 몸과 마음을 추스를 곳이 필요했다. 치안이 좋아서 혼자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고,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자연이나 전통이 남아 있는 남쪽 나라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면서 한껏 게을러지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스리랑카 힐컨트리, 라오스 루앙프라방
산책, 독서, 휴식, 사람, 자연과 느릿느릿 보낸 200일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여행가 김남희가 찾은 겨울 쉼터인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에서 충분히 느릿느릿 살아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나만의 방식대로 인생을 꾸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해온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도 사람과 자연을 중심으로 그 나라를 깊숙하게 들여다본다. 가장 먼저 찾아간 발리는 번식과 생명의 강력한 의지로 넘실거리는 땅이었다. 짙고 농염한 초록의 논과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싸롱을 차려입고 머리에 5단 공양물을 우아하게 올린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었다.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는 스리랑카에는 물결치는 차밭과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옛 도시의 흔적도 매혹적이었다. 치앙마이는 조금 덜 벌어도 삶에는 더 충실한 예술가들의 터전이었다. 저자는 치앙마이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보내면서 느린 삶의 여유를 만끽한다. 마지막으로 머문 라오스는 여행객들로 인해 과거와 달리 많은 게 달라진 나라였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 행위임을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변해가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저자만의 시선이 담겨 있다.

한껏 게으르게 온전한 쉼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여행 베테랑의 수첩을 옮긴 가이드북 증정 


이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를 구매하는 독자들에게는 여행고수인 저자의 수첩을 기반으로 만든 가이드북《따뜻한 남쪽 나라 여행을 위한 안내서》를 한정 수량으로 증정한다. 저자가 SNS를 통해 추천해온 여행지의 식당, 카페, 산책코스 등은 이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믿고 가는 것은 유명하다. 한국인보다 현지인에게 더 유명한 명소,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큰 식당,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의 정보가 약 100페이지 걸쳐 빼곡하게 실려 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재충전의 시점이 너무 늦지 않게,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는 건 어떨까.

쌤통의 심리학 -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쌤통의 심리학 - 10점
리처드 H.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현암사

유명 정치인의 추문, 잘나가던 연예인의 몰락, 라이벌의 실수……
“고것 참 쌤통이다!”
심리학적, 진화론적으로 풀어낸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

왜 타인의 불행은 곱씹을수록 통쾌한가?
선한 사람들의 악마적 본성, ‘샤덴프로이데’를 파헤친 최초의 책!


출근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포털 메인에는 기삿거리가 가득하다. 살이 쪄서 후덕한 모습으로 나타난 연예인, 청렴결백을 주장하더니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연봉 올리기에 실패한 운동선수 이야기가 핫이슈다. 안타까운(?) 그들의 사연에 가볍게 탄식해본다.
“아휴, 어쩌다 이렇게 됐대? 쯧쯧. 잘 좀 처신하지 못하고.”
하지만 이 순간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테스트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결과는 ‘즐거움’에 한없이 가깝지 않을까?
비호감 연예인의 몰락, 라이벌 팀의 실수, 기세등등하던 회사 동기의 추락, 얄미운 친구의 사사로운 불행…….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람 잘못 봤어. 난 그런 사람 아냐”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심리학자 리처드 H. 스미스는 단언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감정을 타고나며 평생토록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대체 우리는 왜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것일까? 이렇게 음습한 감정으로 인해 얻는 이득이라도 있는 걸까? 이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과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쌤통의 심리학』은 이런 은밀한 감정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이 감정이 대중적으로 용인되어 널리 퍼질 때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들며 차근차근 따진다. 꽤나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글은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머러스하다. 마음의 ‘가드’를 내리고 편안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그래, 사실은 나도 그런 감정 느껴봤어” 하고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쌤통 심리의 원동력은 ‘실질적 이득’
인간은 진화를 통해 이 감정을 마음에 새겼다

쉽게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타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감정이 있다. 실력 없이 오만하기만 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때, 기고만장한 정치인의 악행이 까발려졌을 때 누구든 즐거워하지 않겠는가. 타인의 고통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뜻하는 독일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쌤통 심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질투 연구의 대가인 저자 리처드 H. 스미스는 쌤통 심리가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말한다. 실제로 남들의 불행이 우리에게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주기에 이를 ‘기뻐하는’ 감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실수를 한다면? 그의 지위가 ‘낮아진 만큼’ 우리의 지위는 ‘높아지는’ 반사 이익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쌤통 심리의 근원이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 그리고 이에 따른 감정적 변화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타인의 불행은 우월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물론 이런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감춰야만 할 듯한 쌤통 심리도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쌤통 심리가 펼쳐지는 공공의 장, 바로 스포츠 경기장이다.

한일전 역전승이 짜릿한 과학적 이유
자업자득의 불행은 언제나 통쾌하다!

2015년 11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 한일전 9회 초, 0 대 3에서 갑작스레 4 대 3으로 역전하며 승리를 쟁취했을 때 많은 국민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터넷에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일본 선수들의 멍한 표정이 캡처되어 나돌았고, 사람들은 앞다퉈 “사이다 한 사발 들이킨 기분”, “그간의 망언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등 통쾌하다는 의견을 써 내려갔다. 물론 한일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대항전에서 우리는 쌤통 심리를 강하게 느끼고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사실 이 부분에 이르면 더 이상 “나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라는 저항이 무색해진다.)
집단 간의 역학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이며, 개인 간 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게다가 집단에 묻혀 있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단 속에서 쌤통 심리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외집단을 깎아내린다. 심지어 외집단을 모욕하며 “다 자업자득이지!”라고 근엄하게 결론짓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업자득의 불행’처럼 통쾌한 것도 없다!
저자는 자업자득으로 당하는 불행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런 불행을 통쾌하게 여기는 감정은 위선에 대한 ‘정의 실현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정의감은 분명 추천받아 마땅한 ‘선한’ 감정이지만 그 이면에 ‘악한’ 복수심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런 짓을 했으니 당해도 싸”라고 정의를 내세우며 ‘정당한’ 통쾌감을 한껏 만끽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정의’가 진정한 정의인지는 아무도 모르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정의가 맞는지조차 중요하지 않다!

쌤통 심리의 감정적 출발점은 질투심
직시하기 괴로운 질투가 ‘분노’로 치환되며 퍼진 비극, 홀로코스트

저자는 쌤통 심리라는 감정에 쉽게 ‘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행위를 경계한다. 인간은 기쁨도 불쾌함도, 행복도 분노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며 쌤통 심리는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감정을 직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른 감정으로 치환되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쌤통 심리의 밑바닥에는 질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질투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질투심은 다른 감정의 가면을 쓴다. 가장 손쉽게 쓰는 가면은 혐오와 증오, 그리고 분노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보다 뛰어나서 질투 난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보다, 그를 싫어하는 합리적인 ‘변명거리’를 만드는 데 애쓴다. “걔가 뭐가 잘났어? 부모덕에 호강하는 거지.” “얼굴도 빤질하게 생긴 게 하는 짓도 빤질빤질이야. 얼굴값을 한다니까!” “잘나가면 뭐해, 성격이 그 모양인데. 그렇게 수전노처럼 굴면서 살고 싶을까.”
이렇게 혐오의 가면을 쓴 질투는 조금씩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롭고 응당한 증오로 변해간다. “부모덕에 잘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무시하다니. 걘 좀 당해봐야 해.” “얼굴만 믿고 쉽게 인생 살려고 하네. 무임승차에도 정도가 있지. 염치없는 놈.” “돈 앞에서 친구고 뭐고 없다 이거야? 자기 잇속만 챙기는 탐욕스러운 자식!”
이제 모든 판이 짜였다. 이 ‘나쁜 놈’은 ‘욕먹을 만’하므로 혐오감과 증오는 정당하다 못해 정의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악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올바른 일이다. 만약 이 악마가 불행을 겪는다면? 인류의 경사에 버금가는 즐거운 일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질투의 치환 과정이 집단적으로 일어난 예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든다. 유대인이 독일 경제.문화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떠오르자 히틀러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질투했다. 그의 질투는 혐오감과 분노를 거쳐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로운 증오’로 탈바꿈했으며, 질투심을 공유하던 독일인들의 마음에서 싹을 틔웠다. 그 후의 비극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쌤통 심리와 공감 사이의 외줄 타기
‘인간 본성의 선한 천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

쌤통 심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므로 없앨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 감정이 생겨날 가능성을 줄이는 것뿐이다. 저자는 쌤통 심리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해법으로 ‘기질을 짐작하지 말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그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으로 돌리면, 그의 불행 또한 성격 탓으로 여겨져 쌤통 심리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길거리에서 남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예의 없는 작자네. 자기도 똑같이 당해봐야 깨닫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상황을 고려하면 결론이 180도 바뀔 수 있다. “방금 소매치기당할 뻔하다가 도둑을 잡았구나. 당연히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음속의 저울 한편에는 이와 대등한 공감 능력과 연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기심과 이타심, 쌤통 심리와 연민은 평생 우리 마음속 양팔 저울에서 출렁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2016년 1월 2일 토요일

병신년생활민력 대(大)

병신년생활민력 대(大) 

병신년생활민력 대(大) - 10점
한국역학연구원 엮음/동양서적(동양서관)


2015년 12월 31일 목요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와 현 단계 쟁점 읽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 10점
김한종 지음/책과함께
교육부는 2015년 9월 23일에 고시한 교육과정에서 “학습자 스스로 역사적 자료를 활용하며 비교, 분석, 종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라고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교과서를 국정화해서 역사 해석을 하나로 통일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모순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그런데도 왜 대통령과 정부, 집권 여당은 이토록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진력하는 것일까? 일부 사람들은 왜 이를 지지하는 것일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교육 연구자로서 나의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그동안 진행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과 그것이 의도한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고, 국정제 논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해보았다.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로 이어진다. - [들어가는 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근본적으로 나쁘다
국정제는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로 적합하지 않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역사 해석을 하나로 획일화하기 때문이다

책과 역사

1933년 나치가 유대인 지성의 죽음을 선언하면서 자행한 화형식으로 유럽에서 1억 권의 책들이 사라졌고, 이로써 칼 마르크스, 잭 런던, 헬렌 켈러, 아인슈타인, 토마스 만의 책은 금서가 되었다.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의 시황제는 법가 사상 아래 전제주의적 통일 국가를 만들고자 자국의 사서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우는 분서 사건을 일으켰다. 동서와 고금을 달리하여 반복되어온 사상 통제의 역사에 2015년 대한민국이 한 줄을 보태게 되었다.
보수 인사들과 언론이 앞장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면서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여론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나치 독일이나 군국주의 일본에서 추진했고, 북한이 채택하고 있으며,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시행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부활된 것이다.
이 책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적 배경과 쟁점들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인 한국교원대학교 김한종 교수는 이 책에서 2015년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역사 교과서를 두고 펼쳐진 역사인식 통제의 역사를 분석하였다. 근대 교육이 성립된 이후로 교과서 발행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가 어떠한지, 유엔의 역사 교과서 권고안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은 역사 교과서의 모습을 제시한다.

역사 교과서를 흔들어온 한국 현대사

수많은 역사 이론서들이나 글들이 강조하듯이 역사적 사실은 곧 해석이며, 학교 역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정해진 하나의 해석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 가지는 이러한 성격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럼에도 1973년에 국사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진행한 국정 국사 교과서 발행이나 2015년의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내건 국정화 시도가 의도한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정해진 하나의 해석을 주입시키는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1973년의 국정화가 더 노골적이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방식에 있어서도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똑같다. 박정희 정권 당시 1973년 6월 23일에 국정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에 들어가 1974년 1학기부터 중?고등학교 국정 ≪국사≫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다. 현 정권 역시 2015년 10월 12일에 새 국정 교과서를 2017년 3월 새 학기부터 배포하겠다고 공언했다. 2015년 7월 30일에 교육부에서 최초 사용 학년도가 시작되기 2년 전에 교과서 검정 공고를 내어 검정 교과서 집필 기간이 최소 1년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것에 비추어 매우 짧은 일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처럼 여론을 외면하며 국정화를 무리한 일정으로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그토록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과 그 해석은 무엇일까? 이처럼 역사 교과서를 통제함으로써 획일화하고자 하는 역사 해석의 내용이 무엇인가? 이 책은 이에 대해 하나하나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떤 역사인가
이승만 정부나 박정희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을 자세히 서술하는 역사 교과서는 ‘자학사관’이며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다.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 서술이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는 이런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다. 그런데도 국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런 관점과 해석의 차이를 마치 역사적 사실의 오류인 것처럼 가장한다.

●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는가
주체사상을 비판하지 않은 교과서는 없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교과서는 주체사상이 김일성 유일 지배체제와 우상화에 이용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주체사상이 김정일 세습과 반대파 숙청, 주민 통제에 이용되었다고 지적한 교과서도 있다. 황교안 총리가 99.9퍼센트 대 0.1퍼센트라고 대비시킨 그 0.1퍼센트의 교학사 교과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주체사상 자체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교학사 교과서가 가장 자세하다고 지적받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별도로 인용하지 않겠지만, 검정 ≪한국사≫ 교과서 8종은 모두 북한에 관한 서술 마지막 부분에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만성적인 식량 및 에너지 부족을 비롯한 경제난, 주민 감시와 통제, 정치범 수용소 설치 등의 인권 문제, 탈북자의 증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을 지적하고 있다.

● 역사 교과서는 6·25전쟁을 남북한 공동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가
8종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은 모두 전쟁이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되었음을 명시하고, 유엔이 이를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군 파견을 결정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6·25전쟁이 어느 편의 침공으로 시작되었는지 혼동을 줄 만한 내용은 전혀 없다. 정상적으로 한글을 해독하고 ‘남침’과 ‘북침’의 의미를 혼동하지 않는다면, 어느 교과서를 읽더라도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폄하하고 있는가
사실 이 문제는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있기 전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않았다. 어느 용어가 타당한지 논의는 제쳐 놓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이전부터 널리 사용되던 표현으로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폄하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결국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에 호의적이고 대한민국에 비판적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기 위한 ‘트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교과서 발행제도는 무엇인가
첫째, 교과서 발행제도를 지금보다 더 자율화해야 한다. 현재의 검정제보다는 인정제, 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질 좋은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 인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기 어렵다면 검정제의 통제 장치를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교과서의 획일화를 막고 다 양한 교과서의 제작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검정 업무를 교육부나 행정부서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독립 기구에 맡겨야 한다. 특히 역사와 같이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의 교과서 검정 업무일수록 전문성을 가진 독립적인 검정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교과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는 역사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지만 편수 기능은 약하다. 그 이유는 편수 업무가 검정 심사를 하거나 교과서 개발과 발행, 보급의 관리·감독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째, 교과서의 성격을 다양화해야 한다. ‘교과서’의 범위를 ‘교과용 도서’로 넓혀,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교과서를 펴낼 수 있는 제도와 행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과서는 학자와 교사에게 맡겨라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 반대”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검정으로 바꾸면서 교육부는 초등학교 일부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그중에는 ≪사회≫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초등 교과서의 검정제 전환은 슬그머니 중단되었다. 중등 교과서뿐 아니라 초등 교과서도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다수 있지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치켜세우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식민지 근대화론, 친일, 이승만 미화, 숱한 오류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쏟아진 비판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 논리가 반드시 적절한 것만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검정 심사는 어떤 책을 탈락시키거나 특정 책만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어차피 학교에서 채택하여 사용해야 교과서로서 효력을 발휘하므로, 교과서로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교사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 교과서는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한 가지이다. 그 바탕에는 역사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사고는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규범이나 행동 양식, 진술 등에 의문을 가지거나 회의적으로 보는 생각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라는 권위 기관이 펴내는 단일 국정 교과서는 민간에서 여러 종을 펴내는 검정 교과서보다 훨씬 강력한 권위를 가진다. 교과서 내용의 정당성이나 신뢰성을 떠나서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하나의 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설사 국정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텍스트 내용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교과서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국정제가,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로 적절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역사, 역사교육,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꿰뚫는 이론서들을 집필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왔다. 저자의 다른 저서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의 마지막 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 내용도 달라져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2008년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비판 파동’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덕에 지난 10여 년간 역사전쟁의 한복판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다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를 통해 저자는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취소하고 교과서 집필과 보급을 자율화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의 역사
1908년 8월 28일 학부,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 발행 규정인 ‘교과용 도서 검정 규정’ 공포
1920년 조선총독부, 초등 역사 교과서 처음 발행
1942년 3월 조선총독부, 국정 ≪중등국사≫(저학년용) 발행
1945, 1946년 미군정 초?중등 역사 임시교재 발행
1948~1973년 교수요목~제1차, 제2차 교육과정, 검정 교과서 발행
1968년 실업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1971년 개정)
1974~2006년 제3차~제7차 교육과정, 국정 ≪국사≫ 교과서 발행
1979년 중학교 ≪사회 2≫(세계사), 고등학교 ≪세계사≫ 국정 발행
1982년 교과서 개정으로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만 검정으로 환원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파동
2003~2010년 제7차 교육과정, 선택과목인 고교 ≪한국근?현대사≫ 검정화
2011~2014년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모두 검정으로 발행
2013년 8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교육부 검정 통과
2017년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 예정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제대로 하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당신을 위한 기적의 행동 법칙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10점
스티븐 기즈 지음, 조성숙 옮김/북하우스
완벽한 상황, 완벽한 조건, 완벽한 계획은 없다.
시작하는 당신이 있을 뿐이다!

전 세계에 작은 습관 신드롬을 일으킨 개인 성장 전략의 귀재 스티븐 기즈!
도전과 변화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을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22가지 솔루션


장비와 운동복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가? 적당한 장소, 마음에 드는 필기도구, 커피 한 잔이 있어야만 글이 써진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이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울-아무것도 하지 않음-우울-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나 ‘죄의식-과식-죄의식-과식’, ‘피곤함-게으름-피곤함-게으름’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이자 개인 성장 전략 전문가 스티븐 기즈는 신간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에서 변화, 도전, 새로운 시도 앞에서 늘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완벽주의를 버릴 때 성공의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가 운동복도 없고 손가락이 골절된 상태에서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수 있었던 것도, 하루에 50단어 쓰기라는 사소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결국 책 한 권을 펴내게 된 것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완벽주의 관점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이 작은 습관, 작은 목표를 무시하고 거창하고 완벽한 꿈만 꾸지만, 작은 목표를 세우고 쉽게 여러 번 반복해서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공의 길이다.
스티브 기즈는 사람들이 완벽주의에 빠져드는 원인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어떤 실행 가능한 전략도 없이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막연한 동기부여를 하는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이 책은 행동과학에 입각해서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구독자 400명에서 전미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1위에 오르기까지
자기계발 전문가 스티븐 기즈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


이 책의 저자 스티븐 기즈는 2004년 자기계발 분야 블로그인 딥 이그지스턴스(deepexistence.com)를 시작했다. 첫 2년간은 구독자가 4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는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그만두지는 않았다. 시작도 과정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면서 계속해서 문제점을 고쳐나갔다. 그 결과 2012년 그의 블로그는 미국 네티즌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자기계발 블로그’ 1위를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에 그의 첫 책 『습관의 재발견』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스티븐 기즈는 이 과정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로 시작해 완벽하지 않은 과정들을 거쳤지만 적응해갔고, 마침내 성공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완벽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과정들에 견디지 못하고 블로그를 중도에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일단 시작하게 되면 처음에 걱정했던 문제들이 하나둘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실제로 닥치면 걱정과는 다르게 별달리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티븐 기즈는 “인생에는 온갖 사고와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완벽한 계획과 완벽한 시나리오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무언가를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다듬어 개선하는 것이, 첫 시도부터 완벽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울 때보다 훨씬 크게 성공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다!”

왜 우리는 완벽한 목표, 완벽한 계획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스티븐 기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주위 사람이 정한 목표의 크기를 그대로 모방하고, 그런 식으로 자신도 모르게 완벽주의자가 된다”고 말한다. 15킬로그램 감량, 올해 안에 책 한 권 집필 끝내기, 억대 연봉 벌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목표에는 완벽주의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 그것보다 적게 이루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스티븐 기즈는 제대로 하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을 다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목표가 너무 높아서’, ‘과거의 실패가 발목을 잡아서’, ‘타인의 허락이 필요해서’, ‘실수할까 봐 두려워서’, ‘어차피 해도 잘 안 될 것 같아서’ 사람들은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기즈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은 습관과 결합한 행동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준점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방법, 실패와 우연의 차이를 이해하는 법, 자신감을 기르는 기술, 성취 목록 작성법, 빠르게 결정하는 연습 등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디지털 사고법’, ‘반항 연습’, ‘타이머 사용법’ 등 기발하면서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솔루션과 함께 당신은 인생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 10점
스콧 라이트 지음, 옥타비오 듀란 사진, 김근수 옮김/arte(아르테)
“로메로 대주교는 나에게 하느님의 종이었으며, 그는 여전히 순교 중입니다.”
_프란치스코 교황


죽음으로 라틴아메리카를 구원한 기적 같은 이야기!
가장 낮은 이들의 대변자 로메로 대주교 평전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Oscar Arnulfo Romero (1917.8.15~1980.3.24)
엘살바도르 가톨릭교회의 대주교. 엘살바도르 군사독재정권이 민주화 운동을 살인으로써 탄압하자 군사독재정권에 대해서는 “불의한 명령이 아닌, 양심에 따르시오”라고,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역사가 요구하는 생명을 건 모험을 피하지 말자”라고 호소하는 비폭력투쟁으로 저항했다. 1980년 3월 24일 프로비덴시아 병원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다 엘살바도르 군사독재정권에게 암살당했다.
오스카 로메로의 삶은 여러 면에서 나자렛 예수의 삶과 닮았다. 보잘것없는 나라의 작은 시골,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것, 두 사람 모두 목수가 되는 훈련을 받았으며,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편에 섰다는 점. 그리고 불평등과 부패를 강하게 비판하다 사회 지배층으로부터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인물로 고발당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엘살바도르의 가난한 사람들은 로메로 대주교를 나자렛 예수에 비교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그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강력히 거론되기도 했다. 1989년, 로메로 대주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로메로〉가 제작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죽음으로써 불의에 항거한 그의 모습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으며, 20세기 순교자 중 한 사람으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동상이 건립되었다.
그의 성인 추대는 그가 종교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살해당했다는 점에서 지지부진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자마자 시성 절차가 재개되었다. 2015년 2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을 순교로 선포함에 따라 시복시성에 가속도가 붙었고, 마침내 동년 5월 23일 시복식이 거행되었다.

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화재감시원 l 지금까지 가장 많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은 작가

화재감시원 - 10점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아작
지금까지 가장 많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은 작가,
우리 시대의 명실상부한 ‘그랜드 마스터’ 코니 윌리스가 온다.


영미권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SF 작가, 살아있는 전설이자 유쾌한 수다쟁이 코니 윌리스가 돌아왔다. 휴고상 11번, 네뷸러상 7번, 로커스상 12번을 수상한, ‘그랜드 마스터’의 반짝반짝 빛나는 수상작을 모두 모은 작품집이 드디어 나왔다.
유쾌하고 수다스러우며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매혹적인 소설. 할리우드와 양자물리학, 시간 여행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 주제를 막론하고 펼쳐지는 수다와 유머의 향연!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최고의 단편집, 이것이 바로 코니 윌리스다. 이 책은 그중 첫 번째로 코니 윌리스를 명인의 반열에 올려 놓기 시작한 저자의 대표작 <화재 감시원>을 필두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은 작품 다섯 편을 엮었고, 각 작품마다 저자가 작품후기를 새로 추가해서 넣었다.

양자역학은 사랑이고, 죽음은 농담이어라...

<화재 감시원>은 코니 윌리스의 휴고상 및 네뷸러상 중단편 수상작 10편을 실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의 전반부 다섯 편을 번역한 책이다. 후반부 다섯 편은 <여왕마저도>로 후에 나오게 된다.

수상작 모음집이기 때문에 이 책은 하나의 틀거리로 소개하기가 어렵다. 코니 윌리스 역시 서문에서 “작가로서 ‘최고’의 작품들을 모은 모음집에 서문을 쓰는 건 약간 골치 아픈 일이다”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 작품들은 배경도 제각각이고, 공통의 주제도 없다. 저자는 “유일한 공통점은 내가 썼다는 사실이지만, 그것조차 약간 불확실하다”라고 농담을 한다. “예전에 코니 윌리스가 실은 두 명이라서 한 명은 ‘웃기는 이야기’를 쓰고, 다른 한 명은 ‘슬픈 이야기’를 쓴다는 음모론이 인터넷에 돌았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본서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도 분량도 제각각이며, 개성이 뚜렷하다. ‘웃기는 이야기’의 범위에 <리알토에서>와 <내부 소행>이, ‘슬픈 이야기’의 범주에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와 <나일강의 죽음>, 그리고 <화재감시원>이 들어갈 듯 하지만 그것조차 약간 불확실하다. 이 작품들의 서술자와 화자는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잊지 않기 ㅤㄸㅒㅤ문이다.

코니 윌리스에게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좀 더 맥락적 지식이 풍부했다면 이 소설을 더 잘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끊임없이 준다는 것이다. <리알토에서>를 읽을 때면 본인이 양자역학과 할리우드 고전영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에 분할 것이고, <나일강의 죽음>을 읽을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이나 인용되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섭섭할 것이다. <화재 감시원>을 볼 때면 보지도 못한 세인트폴 대성당의 풍경이나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런던 공습에 대한 맥락이 그리워진다. <내부 소행>에서 저자는 아예 자신이 사랑하는 ‘옛날 작가’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맥락을 몰라도 웃을 수 있다. 독자들은 분하고 섭섭하고 그립다 못해 토라질 때 즈음, 한 번씩 소설이 자신을 빵 터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건 물리학자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불쌍한 역사학도는 단 이틀 간의 준비시간만 거치고 자신의 임무도 모른 채 2차세계 대전 당시 공습이 펼쳐지는 영국 세인트폴 대성당에 던져진다. ‘회의주의자의 영혼이 삼류영매에게 빙의되었다면?’이라는 상상은 그 회의주의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기가 찬다. 재담은 잽처럼 독자들을 공략하다가 삽시간에 폐를 다운시킨다. 등장인물들이 쉽게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듯이, 작품과의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들은 심심치 않게 사랑을 다루지만, 종종 뒤편에 죽음의 예감을 담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보낸 편지는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이집트 여행의 동반자는 ‘사자의 서’이다. 누군가는 이미 백년 전에 죽은 이들의 죽음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고, 다른 누군가는 간절히 원한 죽은 이가 되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는다.

코니 윌리스는 어쩌면 농담이 죽음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죽은 이후에도 농담과 독설을 할 수 있고, 그 말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렇게만 요약한다면 회의주의자들은 그 믿음을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읽는다면 회의주의자들도 그 ‘농담같은 믿음’의 아름다운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흔히 ‘미래를 향하는 장르’라고 이해되는 SF 소설 내부에서, 작가는 ‘과거로부터 영향을 받은 등장인물’들을 거듭 등장시킨다. 그 매개는 물론 과거의 문서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승해야 마땅한 것들을 문서를 통해 상기하면서 ‘육체를 벗어난 영혼’을 믿지 않고도 그것들의 영원성을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 영원성을 획득한 것은 결국 글로 쓰여진 것들이다. 코니 윌리스는 서문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이름을 잔뜩 나열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작가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동안 써왔던 어떤 작품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이 단편집을 읽을 때면, 어찌 보면 내 작품만이 아니라 그 작가들의 작품까지 읽는 것이다. 최소한 그들이 조금이나마 내게 스며들어 있기를 바란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그래서, 그리고, 그렇기에, 전세대의 계승자인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된 독자들은, 코니 윌리스를 후세대들에게도 전승해야 할 작가로 주저 없이 소개하게 될 것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매혹적인 SF를 만난다.
코니 윌리스를 읽지 않고서, SF가 어렵다고 말하지 말자.


코니 윌리스의 역대 휴고상과 네뷸러상 수상작 10편을 모두 모은 책으로, 분량상 2권으로 나눠냈다. 그중 첫 번째로 그녀의 대표작 <화재감시원>을 표제작으로 하여 다섯 편의 작품을 모았다. 디스토피아와 양자물리, 스켑틱에 이르기까지 소재와 주제를 막론하고 펼쳐지는 코니 윌리스만의 유쾌하고도 매혹적인 세계에 빠져보자.

<리알토에서> 1990년 네뷸러상 수상, 휴고상/로커스상 노미네이트
할리우드의 리알토 호텔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학회가 열린다. 학회와 학회를 찾은 물리학자들을 카오스 상태로 만들어 놓는 안내 데스크의 배우/모델 티파니. 그리고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류 물리학자인 주인공과 그를 쫓아다니는 동료 물리학자. 코니 윌리스는 특유의 유머와 수다로 미시물리와 거시물리, 양자역학과 물리학회를 할리우드에 비벼서 맛깔나게 내놓아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양자역학을 몰라도 좋고, 알면 더 재미있는 코니 윌리스식 SF의 정수.

<나일강의 죽음> 1994년 휴고상 수상, 네뷸러상/브램 스토커상/로커스상 노미네이트
애거서 크리스티의 <나일강의 죽음>을 코니 윌리스의 수다로 다시 버무린 ‘싸늘한 공포물’. 코니 윌리스의 작품 중에서는 유일하게 공포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의 후보로 올랐던 작품이다. <환상특급>을 즐겨 본다는 작가의 고백대로, 몽환적이면서도 고요히 소름끼치는 공포물을 쓸 수 있다는 걸 코니 윌리스는 이 작품으로 증명했다. 그러면서도 작가 본래의 유머와 수다를 놓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가능하다. 코니 윌리스니까.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1983년 네뷸러상 수상, 로커스상 노미네이트
파이크스피크 산 아래에 사는 주인공 소녀가 짖지 않는 강아지 스티치를 데리고 마을에 나가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를 찾아온다. 재작년 소녀의 집에 놀러오기로 했던 클리어리 가족과 연락이 끊긴지 2년 만이다.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화재 감시원>과 함께 코니 윌리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짧지만 수려한 작품. 작가의 장편들로 코니 윌리스를 이미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이 초기 작품을 읽고 아마 그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화재감시원> 1983년 휴고상/네뷸러상 수상, 로커스상 노미네이트
코니 윌리스를 유명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자 현재로서는 작가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중편소설이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은 이 작품은 그 뒤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 《Black Out》, 《All Clear》의 시리즈로 이어지며, 지금껏 발표할 때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독차지해왔다.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부 학생 바솔로뮤는 아무런 준비 없이 ‘런던 대공습’ 당시의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시간여행 실습을 떠나게 된다. 실습이고 뭐고 일단 살아남는 게 최고의 과제다. 위험등급 10의 과거로 날아간 역사학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내부 소행> 2006년 휴고상 수상, 스터전상 노미네이트
과학적 회의주의로 무장하고 점성술사와 영매, 초능력자들의 사기를 파헤치는 잡지를 운영하는 주인공 롭에게 어느 날 할리우드의 미녀 여배우 킬디가 함께 일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그때부터 뭔가 조짐이 이상했다. “너무 훌륭해서 진짜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면,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남자와 진짜라기에 너무 훌륭한 여자, 그리고 한 몽에 두 사람의 영혼이 들어온 영매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채널러 이야기.

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ワンパンマン 8 (コミック) l ワンパンマン (コミック) 8 - 원펀치맨8

ワンパンマン 8 (コミック) - 10점
무라타 유스케 지음/集英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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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무라타 유스케 (村田 雄介)

The Art and Making of the Peanuts Movie (Hardcover)




This in-depth book goes behind the scenes of the movie-making process and looks at how the movie continues the tradition and legacy of?Peanuts.?An unmissable experience.?
For the first time ever, in November 2015, Snoopy, Charlie Brown and the rest of the gang we know and love from Charles Schulz's timeless "Peanuts" comic strip will be making their big-screen debut; like they've never been seen before in a CG-animated feature film in 3D.


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오늘도 개저녀기는 성균관에 간다

오늘도 개저녀기는 성균관에 간다 - 10점
최영희 지음, 유설화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푸른숲주니어
초등 3~4학년을 위한 새 역사 동화 시리즈
‘똑똑! 역사 동화’제1탄!

천재(?) 유생과 업둥이(!) 직동이 만나 펼치는 파란만장 성균관 이야기!
하는 일과 위치가 다른 두 사람이 좌충우돌하며 서로의 세상을 배워 간다.

생각의 문을 두드리는‘똑똑! 역사 동화’가 왔다!

푸른숲주니어에서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새 역사 동화 시리즈 ‘똑똑! 역사 동화’를 선보인다. 초등학교 3~4학년은 아직 학교에서 역사를 본격적으로 접하지 않아 ‘우리 역사’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이다.
요즘 들어 학교 현장에서는 ‘세계 시민 교육’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똑똑! 역사 동화’는 우리 아이들이 ‘세계 시민’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역사를 맞닥뜨리기 전에,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인물이나 사건을 미리 만나게 함으로써 역사를 보는, 다시 말해 ‘역사를 읽어 내는 눈’을 틔워 주려는 것이다.
《오늘도 개저녀기는 성균관에 간다》는 그 첫 번째 책이다. 그동안 개성 있는 캐릭터의 창조와 재기 넘치는 에피소드의 절묘한 조합으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최영희 작가가, 이번에는 성균관의 범생이 유생과 새내기 직동 개저녀기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똑똑! 역사 동화’는 《오늘도 개저녀기는 성균관에 간다》를 시작으로 《조광조와 나뭇잎 글씨》(김영주 글), 《검은별이 떴다》(가제, 신은경 글), 《의녀 소은》(가제, 양지안 글), 《연등을 든 아이》(가제, 홍기운 글) 외 후속 권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똑똑! 역사 동화’는 역사 동화를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로 우리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인물과 사건을 속속들이 길어 내어 어린이들의 머릿속 ‘생각의 문’을 똑똑 두드려 줄 것이다.

조선의 인재를 길러 낸 성균관,
그곳을 살아 숨 쉬게 만든 사람들을 만나다!

조선 최고의 국립대학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과 그 주변의 마을인 반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개저녀기는 개 저녁밥 줄 때 태어났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네 살 때 어미가 죽고 그대로 버려져서 반촌 사람인 덕쇠가 데려다 기른 아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반촌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개저녀기를 반촌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고 말한다. 반촌에서는 하찮은 대접을 받는 개저녀기지만 기죽는 법 없이 늘 씩씩하다.
반촌과 성균관을 오가며 잔심부름만 하던 개저녀기에게도 드디어 유생을 모시는 자리인 직동이 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천재라던 신입 유생 성삼문 나리가 좀 이상하다. 자기를 모시는 직동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건 예사고, 성균관 생활을 편히 할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해 줘도 꿈적하지 않는다. 개저녀기는 혹시 바보 유생을 맡은 건 아닐까 의심한다.
헛똑똑이 유생 성삼문과 새내기 직동 개저녀기가 만나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 가는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작가는 이 책에서 나라의 일꾼이 되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는 유생뿐만 아니라, 그 공부를 가르치는 교관, 유생들이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뒤에서 돕고 보살피던 일꾼인 직동과 수복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다양한 성균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새내기 유생 성삼문, 새내기 직동 개저녀기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다!

직동은 담당하는 유생이 있어 아침이면 그 유생의 세숫물을 뜨는 일부터 유생들이 수업을 받는 명륜당,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청소 등 성균관의 각종 허드렛일을 담당했던 성균관의 어린 일꾼들을 말한다. 직동으로 일하다가 16세가 되어 관례를 거치고 나면 직동들을 관리하는 수복이 될 수 있었다. 성균관 유생의 수가 많을 때는 200명도 넘었다고 하니 그들을 일일이 수발해야 하는 직동과 수복의 일도 그만큼 많았을 것이다.
성균관에 막 들어온 신입 유생 성삼문도 자신을 담당하는 신입 직동인 개저녀기와 처음 만나게 된다. 임금의 은혜로 성균관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성삼문은 늘 배우고 익히는 데만 마음을 쏟는 영락없는 선비다. 개저녀기는 막 직동이 된 기쁨에 부풀어 자신이 모시는 유생이 불편한 곳이 없는지 사사건건 살피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그리고 그런 직동의 마음을 몰라주는 성삼문 나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공부밖에 모르던 성삼문이 나이순으로 들어가는 식당에 들어가지 못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알고 누룽지를 싸서 보낸 개저녀기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개저녀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성삼문 유생을 헛똑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기 직동이 다른 유생에게 이유 없이 맞은 일을 대신 따져 물을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개저녀기 또한 성삼문을 좀더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이 책은 하는 일과 위치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고 배워 가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사람들로부터 하찮은 취급을 받았던 주워 온 아이, 개저녀기의 성장에도 주목한다. 주어진 현실이 무거워도 기죽는 법 없고, 할 말은 할 줄 아는 아이가 개저녀기. 성균관을 지키고 돌본다는 직동으로서의 자부심도 큰 아이. 개저녀기는 그런 자신감으로 자기 앞에 놓인 어려움들을 하나둘 극복해 나간다. 그리고 성삼문 유생을 통해 개저녀기라는 이름에는 개 저녁밥 줄 때 뜨는 별인 개밥바라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자신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