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5일 토요일

만들다 l 오감 톡톡! 인성 그림책 1

만들다 - 10점
후쿠다 이와오 그림, 다니카와 슌타로 글, 김숙 옮김/북뱅크



[만들다]라는 동사로 [만든다]는 행위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아이들이 별 생각 없이 하는 [만든다]는 행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만들다’라는 동사(움직씨)의 뜻을 확장시키고, 마지막에 가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걸로 끝을 맺는다.

첫 문장 ‘흙으로 무엇 만들지’에 나오는 흙을 주무르는 사람 손은 [만들다]의 어원이 손이라는 것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사람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단순한 동작에서 시작하여 말놀이를 하듯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면서 나아가는 이 책의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묻고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추측 가능한 답 사이에 깜짝 선물처럼 툭 튀어나오는 기발하고 엉뚱한 답은 읽는 이에게 신선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가죽으로 북 만들고, 북으로는? 리듬을 만든다. 천으로 옷 만들고, 옷으로는? 허수아비를 만든다. 모닥불로 군고구마 만들고, 군고구마는? 방귀를 만든다. 이와 같은 참신한 발상은 글쓴이가 시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여기에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조사(토씨)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부 다 ~로, 라고 쓰지 않고, 때로는 ~는, ~가, 이렇게 바꾸어 쓰는데, 그에 따라 의미도 느낌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인은 계속되는 물음에 의문부호를 하나도 넣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지막 문장에 가서야 단 한 번 물음표를 사용하여 완전히 예측을 뒤엎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진다. 전쟁은 무엇 만들지?
재미있게 읽어 가던 아이들을 당황하게 하는 이 마지막 질문에 붙어 있는 단 한 번의 물음표.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고, 꿈틀거리게 하고, 마침내는 능동적으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있게끔 만드는 단 하나의 물음표. 작지만 강한 이 물음표 하나 때문에 이 책은 묵직하다. 그리고 여운이 길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 그림책의 큰 재미는 [만들다]라는 동사로 말놀이를 하는 것에 있는 만큼,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만들다]라는 동사로 [만든다]는 행위를 다각도로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똑딱똑딱 말놀이를 하면 좋겠다.
북->리듬. 옷->허수아비. 군고구마->방귀의 신선한 연결을 발견한 아이들은, ○○은 △△ 만들지 / △△은 □□ 만들지, 하고 말놀이를 하면서 다음엔 어떤 답이 나올지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볼 것이며, 책과는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답을 찾아내 보려고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내내 아껴두었던 단 하나의 물음표를 어떤 문장을 만들어 찍을까, 그것이 무척 궁금해진다.

-참고- 
‘만들다’라는 동사는 국어사전에 1.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 2.책을 저술하거나 편찬하다. 3.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 와 같은 세 가지 뜻을 들었으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예문) 오랜 공사를 벌인 끝에 마침내 터널을 만들었다.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었다.
포도로 술을 만들다.
[관용구]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기를 죽이다
[속담] 말이 말을 만든다:말은 사람의 입을 거치는 동안 그 내용이 과장되고 변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