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학교야, 울지 마! - 뭉치기만 하면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나는 산꽃리 오총사의 잊지 못할 학교 이야기

학교야, 울지 마! - 10점
오채 지음, 김영미 그림/문학과지성사
“학교야, 고마워!”

뭉치기만 하면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나는
산꽃리 오총사의 잊지 못할 학교 이야기

■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산꽃분교의 아름다운 아이들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오채 작가의 장편동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등단 이래 순하고 진실된 것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매 작품마다 보여 주고 있는 오채 작가는 치열하고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듯한 장을 마련해 준다. 이번 작품 『학교야, 울지 마!』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의 산꽃분교 아이들이 학교가 사라지는 슬픔 앞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찾는 이야기가 유쾌하고 가슴 뭉클하게 그려져 있다. 다섯 아이들의 생생한 캐릭터, 산골 마을의 포근한 풍경, 어른들과 아이들의 따뜻한 교감이 읽는 내내 감동을 자아내며 금세 산꽃리 산꽃분교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나의 추억이 묻어 있는 어떤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냥 건물이 사라지고 장소가 없어지는 것 이상일 것이다. 그곳에 담겨 있는 추억과 삶의 일부도 같이 사라지는 것일 테니까. 학교 가는 것도 즐겁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 것도 재미있고, 전교생이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기만 한 산꽃분교에 슬픈 소식이 날아든다. 교육청으로부터 6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재미있게 잘 다니던 학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져도 기죽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자신들을 따뜻하게 품어 준 학교와 선생님을 위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졸업식을 준비하기로 했으니까!

■ 십 년 후의 우리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산꽃분교 전교생은 2학년 정미와 다솔이, 6학년 정희와 다은이와 강산이, 이렇게 다섯 명뿐이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온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데다가 마을을 둘러싼 자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정희와 정미 자매, 부모님이 하던 일이 잘 안 되어 시골로 내려오게 된 다은이와 다솔이와 다정이 삼 남매, 6학년 중에 남자는 자기 혼자라며 가끔 투덜대는 강산이. 여기에 아이들을 허물없이 대해 주는 멋진 선생님, 번역 일을 하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노을 언니. 이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한 공동체가 절망 앞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속이 깊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정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 작다는 걸 학년이 올라갈수록 깨닫게 된다. 이제 곧 넓은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쪼그라든다. 경험해 본 것이 너무 없어서 꿈을 꾸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노을 언니를 통해 자신이 진정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간다.

이 세상은 이야기 천지다. 세상은 넓고 나는 앞으로 그 세상을 다 만나고 싶다. 노을 언니가 그랬다. 꼭 지구를 다 돌아다녀야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이제부터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를 것이다. 또 내 자신을 특별하게 보는 눈도 기를 것이다. 주눅 들지 않고 세상을 만나고 싶다.(본문 162쪽)

학교는 없어지지만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학교에서 야영도 하고, 고구마를 심어 번 돈으로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도 가고, 십 년 후의 자신들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생각하며 타임캡슐도 묻는다. 눈앞의 헤어짐은 슬프고 마음 아프지만 십 년, 이십 년 후의 자신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동안 넉넉한 품으로 매일 자신들을 맞이해 준 학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